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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Urban Design

CLMV MASTERPLAN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은 건축 및 도시 설계에서 주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문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환경 문제들을 지역적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지리적 경계를 넘어 더 광역적인 쟁점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이나 환경 문제에 입각한 건축이나 도시 설계는 지구 도시화, 경제 불안정, 환경 위기에 대한 점차 증가하는 사회적 인식에 의해 촉발된 질문들에 관하여, 교차-영역적인 디자인 방법들을 도입하여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환경이나 자원 위기에 대해 건축 및 도시 계획이 제시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응하여, 건축가는 사회에 대해 능동적으로 도시 설계에 접근할 수 있다.

새롭거나 거창한 것은 아닐지라도 구체적이면서도 실제적인 ‘인간 중심’의 시각이 건축가의 도시 계획에 접근하는 틀로 제시될 수는 없는가? 그리고 이러한 틀이 환경이나 자원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방책의 기반일 수는 없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도시들을 읽는다. 읽으면서 파악하고 알아낸 사실, 정보, 생각들을 정리하고 해석하며 우리의 이러한 시각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자 끊임없이 갈구한다.

2013년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무상으로 원조하는 프로그램인 공적개발원조(ODA)의 하나로 베트남 다낭의 자원 순환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면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춘 도시 설계 스튜디오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 아시아의 도시 문제를 어떤 과점에서 보아야 하는지, 그 지역 문제에 일차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생계를 영위해나가는 사람들의 터전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며 건축 작업을 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특히 캄보디아 프놈펜의 도시 경관은 불행한 변화를 겪고 있다. 약 130헥타르 크기의 보엥칵 호수를 매립해 개발하려는 1999년 토지임대차 계약이 승인되면서 호수는 토사 매립으로 인해 사라졌으며, 호수 인근에서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 운영, 생필품 판매, 양식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던 마을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또한 집중 호우 시 많은 지표수를 수용하던지 도시의 하수구 역할을 해주던 호수가 사라지면서 호수 주변의 더 많은 공동체들이 더 큰 홍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러한 초거대 매립지 개발은 최근의 작은 도시 조직들을 고쳐 쓰면서 버려진 땅을 재활용하고자하는 도시에 대한 미시적 접근과는 반대되는 개발 방식이다.

이들 도시의 개발 양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30-40년 전 모습, 중국의 10년 전 모습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요구되는 자원 환경 및 사회 운동의 모습들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도시를 읽고 계획하는 데에 건축가는 단순히 이념이나 이상에 근거한 유형적, 형태적 도시 설계를 주장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새로운 시설 확충 및 개발, 발전에 대한 거대한 욕망을 지구적 환경 변화와 자원의 고갈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도시민들이 생산 및 소비 활동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도시 읽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사회적 도시론이 제시되기도 한다. 도시 개발에 대한 지역의 수요와 사회의 욕망을 이해하되, 이를 도시의 완결된 구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도시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특히 복합적인 사회, 환경, 정치, 문화적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물적 환경 및 구조의 재발견을 통해 점진적으로 도시 문제를 완화하고 치유하는데 기영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간을 둔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도시의 하수구 역할을 하던 보엥칵 호수 매립지에 사라져버린 다양한 삶을 재생시켜 줄 수 있는 도시 계획안을 제안했다. 처음 마스터플랜을 시작하면서 가정한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첫째는 현지 도시개발 방식 중 반복적으로 불합리한 도시 형태를 양산하고 있는 패턴을 읽어 문제가 예상되는 대상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둘째, 도시 변화에 대한 적응성의 여지를 남기는 디자인이다. 도시는 변화한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구성원도 변하고, 지역의 기후가 변하고, 도시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공공의 기대가 변한다.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더라도 요도의 변화, 새로운 상권의 형성과 번성, 건축물의 증축과 축소가 가능한 물리적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변화가 완경된 모습으로서의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도시 조각을 잇대어 더 큰 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확장해나갈 수 있는 패치워크로서의 마스터플랜이 출발점이 되었다.

과거 보엥칵 호수는 도시 내 사회적 약자와 소수 민족 이주자들에게 중요한 경제적 소득원이자 집중 호우에 따른 홍수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한 호수를 매립하면서 물, 물자, 경제 활동 등의 순환들이 단절되었고 현재 제시된 마스터플랜은 매립지에 소수 부유층을 위한 단절된 공동체를 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여 단절된 도시 조직들을 매립지의 마스터플랜을 통해 다시 연결하고, 자원 및 경제 활동들의 순환 체계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적 흐름 역시 추가하여 매립지를 도시 공공적인 삶의 터전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계획의 목표이다.

주변 도시 조직을 호수 매립지 내부로 확장하여 도시의 역속성과 향후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도시 조직 사이로 물길이 흐른다. 주택에 가까운 물은 관조와 물놀이의 장소로 쓰이고, 더 큰 물길에는 수상보트가 놓여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단지 내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어시장, 수상가옥, 노점이 점진적으로 물가에 들어서면서 확장된 도시 조직을 풍요롭게 채워나가며, 도시민의 삶의 터전, 일상적인 풍경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라 그려본다.

 

 

 

 

 

연도 Year: 2013-2014

유형 Type: Masterplan Proposal

위치 Location: 베트남 다낭 및 캄보디아 프놈펜 Vietnam Danang & Cambodia Phnom Penh

 

본 디자인 리서치 작업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세훈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이 작업은 "신흥도시 개발모델: 베트남, 캄보디아 도시설계 스튜디오"라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였으며, "환경과 조경" 2014년 3월호에 "아시아 디자인 리포트: 프놈펜과 다낭"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