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윤정원 + (주)하우건축사사무소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2019년 3월 완공되었으며, 2019년 4월 30일 정식 개관되어 1-3층이 전태일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4층은 노동 허브로 사용될 예정이며, 5층은 노동권익센터가 입주하여 이용되고 있다.
리모델링 대상 건물은 1962년 종함건축연구소(김정수)가 서울은행 수표교지점으로 설계하여, 1980년대 후반 및 90년대 증개축이 이루어졌고, 증개축으로 인해 60년대, 70년대의 기억들이 다수 지워진 건축이었다.
우리는 2017년 공공건축가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복합시설리모델링" 현상설계공모에 당선되어 본 프로젝트의 설계를 담당하게 되었고, 건축물은 여러 과정의 입주자협의, 의사결정과정, 각종 심의 등을 거쳐 현재의 용도, 프로그램, 외관, 그리고 내부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설계의 기본계획에 대한 관할구 건축심의에서 청계천 주변 업무시설 건물이 커튼월 유리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여, 건물 전체에서 기존 벽돌색상의 타일을 제거하고 유리 커튼월을 적용하라는 수정 조치가 공지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전면 유리커튼월 건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동시에 역사적 의미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1960년대 원설계안의 파사드 요소들을 유리로 재해석하여 적용하는 안을 작성하게 되었고, 그 안이 전태일노동복합시설 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공개되었다. 건립추진위원회에서는 차갑고 현대적인 유리의 속성이 전태일기념관의 파사드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전문위원으로 임옥상화백의 자문을 받도록 지시하였다.
그 결과, 임옥상화백이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를 기념관의 상징성을 위해 파사드에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현상설계의 당선자로서 건물이 대폭 수정되어야 하는 제안이 내심 못마땅했다. 이 아이디어는 강제력 절반과 동의 절반 정도로 수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물이 개관한 시점에서 생각해 볼때, 이 글씨로 인해 사람들이 건물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작가로서 임옥상 화백의 혜안에 감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설계 당선작의 구현 과정에 있어 논의의 과정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각 주체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경청할 수 있는 풍토가 이렇게 의미깊은 시설의 설계과정에도 없었다.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구현하는데에 필요한 시간과 기술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지원이 있었다면 설계와 협업의 과정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리고 모범적으로 협력과 존중을 통한 건축의 민주적 구현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 논의와 심의 등의 난관을 거치며,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설계의 방향이 정해졌다. 임옥상 화백은 파사드에 대하여, 예술작품의 관점에서 해머로 10-15T의 철을 해머로 두드려 표면에 불규칙적인 굴곡과 요철을 내어, 통유리 프레임에 볼트를 사용하여 건물 외벽과 고정시키도록 제안하였다.
그러나 건축물이 여러가지 부품, 시스템들로 구성되어 여러가지 성능들을 서로 해치지 않고 만족시켜야 하는 거대한 기계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안된 글씨를 전태일의 자필로 이해하고, 처음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전태일의 편지 글씨 하나하나를 따서 커튼월의 열관류율과 구조적 성능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예산 내에 구현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조영산업 및 서울시립대 황경주 교수님과의 협력으로 첫번째 스터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파사드를 지지하는 프레임의 부재가 너무 많아 커튼월에 구조적 요소를 최대한 통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르게 생각한 것은 금속공사와 커튼월공사를 분리하여 진행할 경우, 접촉부의 결함이나 하자발생, 책임의 구분 등에 있어 문제점이 예상되었다.
또한 글씨로 이루어진 파사드의 아이덴티티가 너무나 강해 기존의 세가지 설계 기본개념 중 한가지였던 청계천을 향해 열린 모서리 개념을 유지하기에는 모서리와 파사드 사이의 충돌이 너무나 확연했다. 그래서 과감히 설계 기본개념을 포기하고 글씨 파사드를 좀 더 부각할 수 있도록 정면 프레임을 기존 건물과 비슷하게 가져가는 방법으로 설계의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러나 임옥상 화백이 제안하였던 스케치와 필체가 사뭇 다름을 깨닫고 확인한 결과, 스케치는 글씨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글을 쓴 임옥상화백의 필체였다.
우리는 금속스크린의 색상이나 재질, 제조방식은 건축적 성능과 기능, 기술생산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색상과 재료의 경우에는 뒷면이 유리커튼월이므로 낮에는 굉장히 어두워보일 수 있는 속성이 있으며, 그 앞의 글씨가 가독성이 있기 위해서는 예술가나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임옥상 화백이 그러했듯이, 많은 건축가나 예술가들은 기념관의 정면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글씨를 설치한다면, 그 재료로 어두운 색상의 철을 제안하기 마련일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설계의 과정 속에서 커튼월의 어두울 수 있는 색상을 고려하면 밝은 색상이 좀 더 가독성을 높이고, 청계천 주변의 도시경관에 조화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금속스크린이 재료를 잘못 선정하거나 마감방식을 잘못 선정하였을 경우 녹이 짧은 기간 안에 생겨 금속 스크린 자체가 흉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혹은 스텐레스 스틸로 금속파사드를 제작하도록 디자인 스터디를 진행하였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금속의 반응성을 고려하여 알루미늄 커튼월로, 스텐레스 스틸의 경우에는 스틸 커튼월로 설계를 진행하였고, 우리는 국내의 대표적 업체들과 엔지니어들 (위드웍스, NI스틸, 알베코, VS-A)의 도움을 받아 아래의 두가지 방식을 최종적으로 제안하였다.
또한 금속의 레이저커팅, 운반치수, 하중, 바람이나 외부적 요인에 의한 금속의 움직임 등을 감안하여 필기체로 연결되었던 글씨들을 치수에 맞게 쪼개어 틈을 주었고 글씨와 하중을 받을 수 있는 요소의 겹치는 부분에 연결부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안하였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자체만으로는 부족하여 스텐레스 스틸 와이어 보강이 추가되어 글씨를 고정하고 와이어는 수직 멀리언에 연결되는 방식이었고, 스틸 프레임의 경우에는 가로 부재와 글씨가 만나는 지점마다 바느실을 한땀한땀 놓듯이 브래킷을 고정해놓고 글씨를 앵글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최종적으로 가장 프레임의 수를 적게 하면서 요소들을 최소화하여 글씨를 최대한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인 스텐레스스틸과 스틸 프레임으로 결정되었고, 시공되었다.
본 설계를 진행하면서 굉장히 아쉬었던 점들은 의사결정의 전달방식과 논의의 과정, 그리고 설계와 기술에 대한 배려였다. 한 예로, 설계 과정 중 발주처에서 언론에 배포한 건물의 이미지들은 건축가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설계 의도나 건물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계자로서 투정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공건축물 현상 설계에서 당선되어 설계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에 대해, 공공기관인 발주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위는 건축가가 제시할수 있는 입면도이다. (언론기관에 보도되거나 전태일기념관에 소개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의 알림을 통해 시민, 공공기관, 예술가 등에게 건축설계의 전문성과 역할을 다시금 전파하고자 예술적 아이디어와 건축설계구현의 차이를 중심으로 본 프로젝트의 설명을 정리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아름다운청년전태일기념관"은 여러 서울시 관계자, 건축관련 노동자, 기술 노동자, 시공 노동자 등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니만큼,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쉼터로, 전태일 정신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장과 문화터로 자리잡길 바란다.
연도 Year: 2017-2019
유형 Type: Mixed (Cultural + Office)
위치 Location: Seoul,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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